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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연애 커플이 결혼을 미루는 이유들

by 2월님 2025. 5. 20.

결혼

 

사랑과 결혼은 다르다는 현실 인식의 격차

오랜 시간 함께한 커플이라도 막상 결혼이라는 결정을 앞두게 되면 주저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랑’과 ‘결혼’이라는 개념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됩니다. 연애는 개인과 개인의 감정에 기반한 관계이지만, 결혼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현실적 요소—가족 간의 관계, 경제적 기반, 장기적인 인생 설계—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따져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인으로서는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관계라고 느끼더라도, 한 사람의 인생 파트너로서 ‘이 사람이 내 미래에 정말 적합한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불확실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많은 장기 커플들은 “지금 이대로가 좋기 때문에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가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라고 말하거나, “결혼 후 관계가 달라질까 봐 두렵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는 결혼이 감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제도라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특히 경제적 상황이나 주거 문제, 직장 안정성 등이 결혼을 위한 전제조건처럼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랑만으로 결혼을 결정하기에는 무겁고 복잡한 부담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즉, 사랑은 충분하지만 결혼은 또 다른 결정이라는 이성적 판단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런 판단의 지연이 장기 연애 커플에게서 결혼을 미루게 만드는 첫 번째 심리적 요인이 됩니다.

경제적·사회적 부담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장기 연애 커플이 결혼을 미루는 두 번째 주요 이유는 바로 경제적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결혼은 단순한 사랑의 연장이 아니라, 함께 가정을 꾸리고 경제 공동체로서의 역할까지 함께 해야 하는 생활의 연속입니다. 특히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결혼 자금, 주택 마련, 예식 비용, 혼수, 육아까지 이어지는 재정적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결혼 자체가 ‘사랑의 완성’이 아닌 ‘재정적 모험’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업의 불안정, 고물가, 높은 집값, 저성장 시대의 장기화는 젊은 세대에게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준비가 충분할 때만 가능한 선택’으로 인식되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장기 커플일수록 더 신중한 태도를 가지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또한 가족의 기대나 주변 친구들의 결혼과 비교되면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도 결혼을 오히려 더 미루게 만들 수 있는데, 특히 한쪽이 결혼에 적극적인 반면, 다른 한쪽은 준비가 덜 되었을 경우 갈등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에게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말하는 것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확신을 못 하겠다는 신호일 수 있어 커플 간의 미묘한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결혼은 결국 두 사람이 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현실적인 조건이 맞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아무리 가까워도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이로 인해 장기 연애 후에도 결혼을 계속해서 유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의 관계를 잃고 싶지 않다는 심리적 방어

마지막으로 장기 커플이 결혼을 주저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지금까지 쌓아온 연애의 안정감을 잃고 싶지 않다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방과의 호흡은 자연스러워지고, 서로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결혼이라는 제도가 두 사람 사이에 ‘법적, 제도적 책임’을 더하게 되면서 지금까지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틀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생기게 됩니다. 많은 커플이 “결혼한 순간부터 뭔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으며, 연애와 결혼이 전혀 다른 관계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그로 인해 지금의 ‘좋은 상태’를 굳이 바꾸고 싶지 않아 하는 심리가 형성됩니다. 이는 일종의 현상 유지 욕구로, 서로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사랑의 형태가 바뀔까 봐 두려운 마음이 커서 ‘이대로가 더 좋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이별이란 단어조차 입에 담기 어려울 만큼 오랜 시간 함께한 커플일수록, 결혼이 잘못되었을 때 감당해야 할 정서적 피해와 관계의 해체를 더 크게 인식하게 되며, 이것이 곧 결혼 결정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또 결혼 후에는 책임감, 희생, 역할 분담, 가족 간 갈등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어른스러움’에 대한 부담 역시 심리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결국 결혼을 미룬다는 것은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한 방식이자 관계를 지키기 위한 신중함의 표현일 수 있으며, 결혼은 단순한 로맨스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점에서, 커플이 함께 천천히 준비해 나가야 할 공동의 과제라는 인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입니다.